불송치 결정서가 부실하다면, 기록에서 무엇부터 확인해야 할까

불송치 결정서만으로 경찰이 왜 사건을 종결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면, 불송치심사부 검사는 결국 수사기록으로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기록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읽는 것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고소인의 핵심 주장에 실제로 답했는지, 결론을 좌우할 객관적 증거가 검토됐는지, 반드시 했어야 할 수사가 빠져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경찰의 법률판단이 판례와 맞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2026년 10월 2일부터는 고소인 등이 이의신청을 위해 수사 관계 기록의 열람·등사를 신청할 수 있는 명문의 규정도 시행된다. 불송치심사는 이제 수사기관 내부의 기록검토만이 아니라, 사건 당사자와 변호인이 기록을 확인하여 구체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절차로 한 단계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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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송치 결정서를 읽었다.
그런데 아무리 읽어도 이상하다.
“혐의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피의자의 변소를 배척하기 어렵다.”
결론은 적혀 있다.
그런데 왜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사건을 받은 불송치심사부 검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기록을 열어보아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생긴다.
기록이 500페이지라면 어디부터 볼 것인가.
2,000페이지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불송치심사부의 실력은 결국 기록 전체를 많이 읽는 능력보다, 어디를 먼저 읽어야 하는지를 찾아내는 능력에서 갈릴 수 있다.
1. 가장 먼저 ‘고소인의 핵심 주장’이 조사됐는지 본다
고소장에는 많은 이야기가 들어간다.
그러나 그 가운데 범죄 성립 여부를 결정하는 주장은 몇 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횡령 사건에서 고소인이
“대표이사가 회사 내부 승인 없이 회사 돈을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
고 주장했다고 하자.
그렇다면 적어도 확인해야 한다.
회사 내부에 실제 승인절차가 있었는가.
그 돈은 누구의 재산인가.
피의자에게 독자적인 처분권한이 있었는가.
실제 사용처는 무엇인가.
사후 정산은 이루어졌는가.
그런데 불송치 결정서에는
“회사의 업무 과정에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라는 결론만 있다면 기록에서 이 부분부터 확인해야 한다.
고소인이 제기한 핵심 질문에 수사가 실제로 답했는가.
그것이 첫 번째다.
2. 객관적 증거가 있는 사건은 객관적 증거부터 본다
진술은 서로 다를 수 있다.
고소인은 A라고 하고 피의자는 B라고 한다.
그때 결정서가 단순히
“피의자의 주장을 배척하기 어렵다.”
고 적었다면 한 단계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
계좌내역은 무엇을 말하는가.
CCTV는 무엇을 보여주는가.
메신저 기록은 어떤가.
계약서에는 무엇이 적혀 있는가.
내부결재 문서와 회계자료는 어떻게 남아 있는가.
통화내역이나 위치정보가 있다면 진술과 일치하는가.
사람의 말과 객관적 자료가 충돌할 때 경찰이 그 충돌을 어떻게 해결했는지를 보는 것이다.
부실한 결정서일수록 이 연결이 생략돼 있을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3. ‘하지 않은 수사’를 찾아야 한다
기록을 검토할 때 이미 한 수사만 보아서는 부족하다.
더 중요한 질문은 오히려 이것일 수 있다.
당연히 확인했어야 하는데 확인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계좌 흐름이 핵심인데 계좌를 확인하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 있던 제3자가 있는데 조사하지 않았다.
계약 당시 지급능력이 쟁점인데 당시 부채나 재정상태를 확인하지 않았다.
휴대전화 대화가 핵심인데 포렌식 자료의 해당 기간을 살펴보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것은 단순한 기록의 빈칸이 아니다.
결론을 바꿀 수 있는 수사의 빈칸인지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재수사 필요성이 나온다.
현행 형사소송법은 사법경찰관의 불송치가 위법하거나 부당할 때 검사가 이유를 문서로 명시하여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4. 법률판단이 맞는지도 따로 본다
수사는 충분히 했는데 법률평가가 잘못된 사건도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추가 참고인을 몇 명 더 부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판례를 봐야 한다.
대법원 판례가 있다면 당연히 그것이 출발점이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추상적인 법리만 제시하고 있고 우리 사건과 비슷한 하급심 판결이 있다면, 그 판결에서 실제로 어떤 사실과 증거가 결론을 갈랐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내에 유사 판례가 거의 없다면 해외의 유사 판결도 비교자료가 될 수 있다.
논문이나 판례평석, 형사법 전문가의 분석 기고도 질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해외 판결이나 논문이 한국 사건의 결론을 대신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다.
“그 판결에서는 이 사실을 중요하게 봤는데, 우리 사건에서는 그 사실을 확인했는가?”
라는 새로운 수사 질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5. 그런데 2026년 10월 2일부터 중요한 변화가 생긴다
지금까지 고소인과 고소대리인이 불송치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려 할 때 현실적인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이것이었다.
수사기록을 충분히 보지 못한 상태에서 경찰의 판단을 비판해야 한다는 것.
그런데 형사소송법에 새로운 조항이 신설됐다.
제245조의12다.
2026년 10월 2일부터 고소인 등은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위해 수사 관계 기록의 열람 또는 등사를 사법경찰관이나 검사에게 신청할 수 있다.
사법경찰관이나 검사는 이의신청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기록 전부 또는 일부의 열람·등사를 허가해야 한다. 다만 국가안전보장, 사생활 보호, 수사 상황 등 법이 정한 사유가 있으면 제한할 수 있고, 제한하거나 조건을 붙이는 경우에는 그 이유도 통지해야 한다. 기록 이용과 제3자 제공에도 법적 제한이 따른다.
이 조항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6. 이제 고소대리인은 ‘추측’이 아니라 ‘기록’을 가지고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불송치 결정서만 보고서는 이런 주장을 하기 쉽다.
“경찰이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면 주장이 달라진다.
고소인이 지목한 핵심 참고인 A는 실제로 조사되지 않았다.
제출된 계좌자료 중 2026년 1월 3일의 이체내역은 불송치 판단에서 전혀 평가되지 않았다.
피의자의 1차 진술과 3차 진술이 달라졌는데 결정서에는 그 차이에 대한 판단이 없다.
이렇게 된다.
불송치심사부 검사에게도 훨씬 유용한 정보다.
고소인이 단순히 결과에 불만을 표시하는 것과
기록의 특정 부분을 지목하면서 판단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
은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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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변호사의 업무도 달라져야 한다
앞으로 불송치 사건을 맡은 변호사는 단순히 이의신청서를 작성하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될 것이다.
먼저 불송치 결정서를 분석한다.
필요하면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한다.
기록을 확보하면 경찰의 판단과 실제 기록을 대조한다.
그리고 네 가지를 찾아야 한다.
첫째, 결정서에 반영되지 않은 증거.
둘째, 서로 모순되는 증거.
셋째, 반드시 필요했지만 하지 않은 수사.
넷째, 잘못 적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법리.
그 뒤에 판례와 논문, 해외 유사사례를 연결한다.
이 정도까지 해야 불송치심사부 검사에게 실질적인 심사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
8. 새 형사소송법에는 또 하나 주목할 조항이 있다
같은 날 시행되는 형사소송법 제245조의13은 검사에게 공소제기 여부와 재수사요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피의자, 사건관계인, 전문가 또는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의견을 듣거나 의견서 등 자료를 제출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고소인 등은 검사와의 면담도 신청할 수 있다. 검사는 그 필요성을 검토하여 수리 여부를 결정한다.
이것 역시 불송치심사부 운영과 연결해서 볼 필요가 있다.
불송치심사는 더 이상 경찰 기록을 책상에서 읽고 끝내는 절차만으로 설계되어 있지 않다.
필요하다면
기록을 확인하고,
당사자의 의견을 받고,
전문가 자료를 검토하고,
부족한 사실을 특정한 뒤,
재수사가 필요한지를 판단할 수 있는 구조
가 법률에 들어왔다.
결국 부실한 불송치 결정서는 ‘다시 수사하라’는 뜻이 아니다
이 점은 분명히 해야 한다.

서울주사무소
불송치 결정서가 부실하다고 곧바로 범죄혐의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결정서 작성이 부족했지만 실제 수사는 충분했을 수도 있다.
반대로 결정서는 매우 잘 작성됐지만 기록을 확인하면 중요한 증거가 빠져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불송치 결정서의 품질은 최종 판단기준이 아니라 1차 분류기준이다.
결정서가 부실하면 기록으로 내려간다.
기록에서 빠진 조사를 찾는다.
판례와 법리를 대조한다.
고소인과 변호인이 기록을 근거로 제시한 문제도 확인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묻는다.
이 빠진 부분을 확인하면 불송치라는 결론이 달라질 현실적인 가능성이 있는가.
그렇다면 재수사를 검토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부족한 결정서와 별개로 사건은 종결할 수 있다.
결국 좋은 불송치심사의 목표는 경찰 결정을 많이 뒤집는 것이 아니다.
부실한 설명 속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잘못된 결론을 놓치지 않는 것.
2026년 10월 2일부터 고소인 등의 수사기록 열람·등사권과 검사의 사실관계 확인 권한까지 새롭게 작동하기 시작한다.
그만큼 앞으로의 불송치심사는 수사기관의 기록만 보는 절차에서,
기록을 공개하고, 검증하고, 반론을 듣고, 다시 필요한 사실을 확인하는 절차
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불송치심사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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