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하지 않은 검사는 무엇을 보고 기소를 결정할까

공소청 검사는 자신이 직접 수사하지 않은 사건에 대해서도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해야 합니다. 그 출발점은 경찰·중수청 등 수사기관이 만든 수사기록과 증거입니다.
그러나 검사가 기록을 수동적으로 읽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2026년 10월 2일부터 시행된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공소제기 여부 등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경우 피의자·사건관계인·전문가·사법경찰관의 의견을 듣거나 자료를 제출받는 ‘사실관계 확인’ 제도를 신설했습니다.
따라서 공소청 시대에는 수사기록의 품질과 그 기록을 어떻게 해석하여 검사에게 제시하는지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
- 공소청 검사는 수사기관이 작성한 기록과 증거를 심사한다.
- 송치됐다는 이유만으로 기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 검사는 필요한 경우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 별도로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의견과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 얻은 진술·자료 자체는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 검사는 공소제기와 유지 과정에서 객관성과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
공소청 검사의 판단 구조
수사기록
↓
사실관계 파악
↓
증거의 존재와 의미 검토
↓
구성요건별 증거 검토
↓
부족한 부분 확인
↓
필요하면 보완수사요구·사실관계 확인
↓
공소제기 여부 결정

공소청 검사의 책상 위에 사건기록이 도착합니다.
검사는 그 사건의 압수수색 현장에 없었습니다.
피의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하지도 않았습니다.
참고인을 직접 찾아다니며 진술을 확보하지도 않았습니다.
계좌를 추적한 사람도 검사가 아닙니다.
그런데 마지막 질문은 검사에게 돌아옵니다.
“이 사람을 형사법정에 세울 것인가?”
생각해 보면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수사하지 않은 사람이 수사의 결과를 평가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공소청 검사는 무엇을 보고 기소 여부를 결정할까요?

첫 번째는 결국 ‘기록’이다
수사기관은 사건을 수사하면서 흔적을 남깁니다.
피의자 진술, 참고인 진술, 압수수색 결과,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 CCTV, 계좌거래내역, 계약서, 이메일, 문자메시지, 전문가 의견 등이 기록에 들어갑니다.
수사기관은 이 자료들을 모아 하나의 결론을 내립니다.
“범죄혐의가 있다.”
그리고 사건을 공소청으로 송치합니다.
그러나 공소청 검사가 해야 하는 일은 그 결론을 받아 적는 것이 아닙니다.
기록을 다시 읽어야 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수사기관의 결론과 그 결론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분리해서 보는 것입니다.
“횡령 혐의가 인정된다.”
“사기 혐의가 인정된다.”
“배임 혐의가 인정된다.”
이것들은 결론입니다.
검사가 확인해야 할 것은 그 앞에 있는 질문입니다.
무슨 사실이 있었는가.
그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무엇인가.
그 증거는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그 사실이 형사법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가.
결국 공소청 검사의 업무는 기록 속에 흩어져 있는 사실과 증거를 다시 법률의 언어로 연결하는 작업입니다.
기록이 두꺼운 것과 증거가 충분한 것은 다르다
이 차이는 실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수사기록이 5,000페이지라고 해서 증거가 충분한 것은 아닙니다.
같은 내용의 진술이 여러 조서에 반복될 수도 있고, 사건의 배경을 설명하는 자료가 대부분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수백 페이지에 불과한 기록이라도 핵심적인 객관증거가 명확하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임 사건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는 자료가 수백 페이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배임죄가 바로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가 어떤 임무를 부담했는지,
어떤 의사결정을 했는지,
그 결정이 임무위배에 해당하는지,
본인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얻었는지,
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는지,
그리고 행위자에게 고의가 있었는지를 각각 살펴야 합니다.
따라서 기록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구성요건과 증거의 연결상태입니다.

두 번째 질문은 ‘빠진 것이 무엇인가’다
좋은 기록심사는 기록에 있는 것만 읽는 작업이 아닙니다.
기록에 없는 것을 발견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피의자는 회사의 내부 승인을 받아 자금을 사용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수사기록에는 계좌거래내역과 고소인의 진술만 있고 회사의 이사회 의사록이나 내부결재자료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이 생깁니다.
왜 이 자료는 조사하지 않았을까?
반대로 고소인은 피의자가 처음부터 돈을 갚을 능력도 의사도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수사기록에는 범행 당시 피의자의 재산상태나 다른 채무관계를 확인한 자료가 없습니다.
역시 질문이 생깁니다.
사기의 고의를 판단할 핵심자료가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이렇게 보면 공소청의 기록심사는 단순한 독서가 아닙니다.
증거의 빈칸을 찾는 작업입니다.
그래서 ‘보완수사요구’가 필요해진다
기록을 검토했는데 중요한 부분이 비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검사는 필요한 경우 수사기관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구조는 새 형사사법체계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공소청 검사가 직접 그 증거를 찾아 수사하는 것이 아니라,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려면 이 부분이 더 확인되어야 한다.”
고 판단하여 수사기관에 다시 수사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공소청 검사의 기록심사는 단순히
기소 / 불기소
두 개의 버튼 가운데 하나를 누르는 과정이 아닙니다.
기록을 읽고,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고,
필요하면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그 결과를 다시 검토한 뒤,
최종적으로 공소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2026년, 새로운 제도가 하나 생겼다
여기에서 이번 제도개편의 중요한 장치가 등장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45조의13.
**‘검사의 사실관계 확인 등’**입니다.
검사는 공소제기 여부의 결정, 재수사요구 여부의 결정 또는 공소유지를 위해 필요한 경우 피의자, 사건관계인, 전문가 또는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의견을 듣거나 의견서 등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소인 등도 검사에게 면담을 신청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습니다.
검사는 필요성을 검토하여 면담 신청을 받아들일지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피의자의 의견을 듣는 경우에는 변호인이 참여하는 등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은 단순한 조문 하나의 신설로만 볼 문제가 아닙니다.
공소청 검사가 사건을 어떻게 이해하게 될 것인가와 직접 연결되는 절차이기 때문입니다.
‘사실관계 확인’은 수사일까, 아닐까
바로 여기에서 아주 흥미로운 질문이 생깁니다.
검사는 직접수사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피의자의 의견을 들을 수 있습니다.
사건관계인의 의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전문가의 의견도 들을 수 있습니다.
사법경찰관에게 설명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자료도 제출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과거의 검사 조사와 무엇이 다를까요?
입법자는 중요한 경계선을 하나 그어 놓았습니다.
사실관계 확인 과정에서 취득한 진술과 자료를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것입니다.
즉 이 절차의 목적은 새로운 유죄증거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가 공소제기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해 사건을 이해하는 것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차이는 앞으로 매우 중요해질 것입니다.
‘증거를 만드는 절차’와 ‘증거를 이해하는 절차’
이렇게 구분해 보면 새로운 제도가 조금 더 선명해집니다.
수사기관은 범죄사실을 밝히기 위해 증거를 수집합니다.
공소청 검사는 그 결과를 넘겨받아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합니다.
그런데 기록만으로 사건의 의미가 명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의견을 듣고 설명을 받고 자료를 확인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나온 진술과 자료 자체를 법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했습니다.
따라서 사실관계 확인은 앞으로
‘증거를 만드는 절차’라기보다 ‘기록과 증거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한 절차’
로 기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형사변호의 새로운 공간이 열립니다.

변호인의견서도 달라져야 한다
공소청 검사에게 수천 페이지의 기록을 다시 설명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피의자는 억울합니다.”
“고소인의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라는 주장만 반복해서는 부족합니다.
오히려 구조가 필요합니다.
첫째, 쟁점은 무엇인가.
둘째, 구성요건은 무엇인가.
셋째, 그 구성요건별로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는 무엇인가.
넷째, 그 증거에서 실제로 인정되는 사실은 어디까지인가.
다섯째, 수사기관의 결론에는 어떤 논리적 비약이 있는가.
여섯째, 기록에서 빠진 자료는 무엇인가.
이 구조로 기록을 재배열해야 합니다.
결국 좋은 변호인의견서는 변호사의 주장을 길게 적은 문서가 아니라,
검사가 사건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수사기록을 다시 구조화한 문서가 되어야 합니다.

피해자 측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피의자 변호인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피해자와 고소인에게도 중요합니다.
수사기관이 확보한 기록만으로 범죄의 핵심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공소청 단계에서 무엇이 빠져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엄벌해 주십시오.”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구성요건에 관한 어떤 증거가 기록의 몇 번째 부분에 존재하는지,
그리고
수사기관이 무엇을 조사하지 않았는지
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특히 법은 고소인 등에게 검사 면담을 신청하여 의견을 진술할 수 있는 통로도 마련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피해자 대리 업무에서도 공소청 기록심사 단계의 전략이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검사에게도 새로운 의무가 생겼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에는 또 하나 눈여겨볼 조문이 있습니다.
제246조의2, 검사의 객관의무입니다.
검사는 공소제기와 공소유지 과정에서 객관성과 중립성을 지켜야 하고,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정당한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합니다.
이 조문을 기록심사와 함께 읽으면 의미가 선명해집니다.
공소청 검사의 역할은 단순히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을 기소할 수 있을까?”
를 찾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기록과 증거를 객관적으로 평가했을 때 국가가 이 사람을 형사법정에 세우는 것이 타당한가?”
를 판단해야 합니다.
그것이 수사기관과 공소기관을 분리한 제도의 취지와도 연결됩니다.
앞으로 좋은 형사변호사는 기록의 ‘오류’를 찾는 사람이 된다
공소청 시대에는 기록분석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
수천 페이지의 수사기록에서
사람과 사람,
돈과 돈,
시간과 시간,
진술과 객관증거,
사실과 구성요건을 연결해야 합니다.
그리고 연결되지 않는 부분을 찾아야 합니다.
저는 여기에서 AI의 활용 가능성도 상당히 크다고 봅니다.
AI는 수천 페이지의 기록에서 날짜를 정렬하고, 인물관계를 구조화하고, 반복되는 진술을 비교하고, 계좌거래와 통신내역을 연결하는 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AI가 정리한 기록에서
무엇이 법적으로 중요한지,
어떤 사실이 구성요건과 연결되는지,
어디에 합리적인 의심이 존재하는지
를 판단하는 것은 여전히 법률가의 영역입니다.
결국 앞으로 형사변호사의 경쟁력은 기록을 많이 읽는 것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것입니다.
기록을 얼마나 높은 해상도로 구조화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구조 속에서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한 빈칸을 찾아낼 수 있는가.
여기에 달려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더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다
공소청 검사가 기록을 읽었습니다.
피의자의 의견도 들었습니다.
변호인의견서도 받았습니다.
그런데도 중요한 증거가 하나 부족합니다.
검사는 직접수사를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수사기관에 다시 수사를 요구해야 합니다.
바로 보완수사요구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새로운 질문이 시작됩니다.
검사가 “이 사람을 조사하고, 이 계좌를 확인하고, 이 자료를 확보하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한다면 그것은 정말 단순한 보완수사요구일까요?
아니면 다른 이름의 수사지휘가 될 수도 있을까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새로운 제도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이 경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서울주사무소

